유리 건너 하늘은 어둡기만 하여 비 오는 소리만 들릴 뿐 정작 내리는 비는 볼 수가 없다.
빗방울 하나하나가 천갈래 만갈래로 흩어지며 자신의 존재를 알림과 동시에 스스로의 고유성은 사라지고마는 운명이라니.
허긴 그들은 스스로 몸을 던져 자신의 존재를 자각시키고 사라지기라도 하지 난...
고단한 하루의 막바지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피곤이 잠식되어 그들의 화려한 삼단 합체를 그저 바라만 본다.
메칸더 브이가 합체하면 으레 주제가가 흐르 듯, 나도 그들의 합체에 뭔가 도움을 주고 싶었던 것일까.
하드 한 구석에 고이 접어놓은 폴더 하나를 끄집어내어 추첨하듯이 손을 휘적휘적 돌리다,
아무 음악 하나를 잡아 배경음악을 깔아주었다.
눈꺼풀 위로 올라탄 피곤의 무게로 인해 두 눈은 굳게 다물어 버리고 음악은 듣는 둥 마는 둥.
두 눈을 감고 축 처진 몸을 의자에 맡긴 채 느끼는 건 음악과 내 심장 고동 소리뿐이다.
음악은 경쾌했다.
기분도 처지고해서 차라리 가라앉아 버리고 싶었던 심정이었는데 음악은 발랄하게 들이댄다.
맥박이 뛸 때마다 피아노 건반의 경쾌한 소리도 함께 했다. 마치 어깨동무를 하고 서로 의지하며 힘이 되어주듯이.
그러다보니 내 몸은 음악에 맡기어져 거대한 인간 메트로놈이 되어 똑딱똑딱 머리를 움직였다.
얼마만큼 흘렀는지조차 모르는 채 긴 여행을 마친 기분으로 두 눈을 떠 보니 세상이 한결 가벼워보였다.
8분 10초동안 여행.
클래식 음악 중에 공부 잘 되게 하는 음악이나 아침을 활기차게 시작하는 음악같이,
뭐 나름 느낌을 부여하여 이 음악을 들으면 그리될 것이야 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진 앨범이 있다.
그런 앨범을 볼 때마다 각각 느낌대로 분류되어진 음악이 인스턴트 식품과 같이 취급되어 소비되고 있다 느껴진다.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고 그저,
너무나 편리하게 선택되어져 우리의 음악적 감각도 그렇게 굳어져버리는게 아닐까 우려된다는거지.
근데 지금 내가 그 짓을 해야겠다.
왜냐하면 피곤의 삼단합체를 속수무책으로 당하다 음악으로 일순간 이겨냈다는게 너무도 뿌듯해서말야.
굳이 분류를 한다면 "피곤의 삼단합체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음악"쪽에 넣어두련다.
모짜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 A장조 K.488 3악장 알레그로 앗사이
제목도 모르는채 들어서 부랴부랴 알아보니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은 유명하단다.
특히 23번의 2악장 아다지오가 영화나 CF에 많이 쓰여질 정도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이쁨을 받나보더군.
아쉬운건 지금 소개하는 3악장 알레그로도 이쁨을 받고,
이에 관련된 내용이 좀 있어야하는데 지금 찾아보는 글에서는 1악장과 2악장만 중점을 두고 소개하고 있다.
3악장은 특징이 없다거나 아님 어떤 이유에서 매우 미움을 받고 있는지도. -_-ㅋ
뭐 여하간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찾아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았으련만,
그냥 피곤의 삼단합체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것으로 만족해주셨음 좋겠다.
그리고 노파심에서 한마디 더 하자면. 이 상황은 모든 박자가 잘 맞아떨어져야만 효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피곤의 무게가 눈꺼풀을 알맞게 눌러줘야만 한다든지하는 지금까지 말한 일련의 과정들 말이다.
그런 조건을 만족하지 않고서 효능을 못 봤느니 하며 이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 반문한다면,
정말 우리집 개에게 풀을 먹여야할 지 모르겠다. -_-
그런 일이 없길 바라며 오늘 이야기는 이쯤에서 매듭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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