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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스 아카이브

2006년 6월 30일 글 : Superman Returns, 2006


Review : Superman Returns, 2006


비행기가 추락한다. 추락하는 비행기를 쫓아 진지한 얼굴을 들이밀며 저 멀리 슈퍼맨이 날아온다.

어느 순간 추락하던 비행기를 앞질러서는 거대한 기체를 두 손으로 멈춰 세우고, 

슈퍼맨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를 좌중에게 한번 쏴주고는 또 다시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다.

영웅은 그렇게 다시 돌아온 것이다.


돌아온 슈퍼맨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초강력 젤로 무장한 올백 머리에다 돼지꼬리마냥 말려 내려오는 가운데 머리카락.

듬직한 가슴팍에 새겨진 S자. 그리고 보면 볼수록 민망해지는 빨간 삼각팬티.

좀 낮설었던 건 고급스런 재질의 옷과 부츠, 그리고 길어진 망토였다.


슈퍼맨은 돌아와서도 헌신적으로 정의를 위해 싸웠다. (당연한 얘기인가 -_-;;)

히어로물의 전형적인 구성이겠지만,

적절하게 적들에게 다구리를 당하고 죽을뻔한 고비를 넘긴 후에 멋지게 극복해내는 너무나 뻔한 결말이 예정되어 있다.

배트맨이 그랬고, 스파이더맨도 그랬고, 그리고 돌아온 슈퍼맨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렇담 뻔한 스토리에 마구 쏟아져 나오는 맨 시리즈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부정적인가.


슈퍼맨 리턴즈를 보면 역시나 슈퍼맨은 분노에 찬 나머지 악당들에게 빈틈을 보여주게 된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 만큼 빠른 슈퍼맨이 이 때만큼은, 

너무나도 느긋하게 악당들 앞에 서서 여기 빈틈이 있으니 때려주세요라는 눈길로 호소하는 장면은 참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그런데 웬일인가. 

이미 그렇게 될지 안다고 빈정되는 웃음을 날리던 내가 자신도 모르게 안타까운 표정으로 초조해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니 이미 악당들에게 당하는 슈퍼맨을 향해 힘내라고 소리지를 뻔한 내 자신은,

이미 작은 키에 고사리같은 손을 불끈 쥔 내 어릴 적 모습이 아닌가.


그래.

이미 사라져버린 줄 알았던 내 어렸을 적 영웅은 아직 남아있었던 것이다.

현실에 이리저리 치이다보니 잊고 지냈을 뿐 결코 사라진게 아니었다.

배트맨을 보아도 스파이더맨을 보아도 아무리 매력적인 영웅이 새롭게 만들어진다 해도 느낄 수 없는 이 감정.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면서 흐르는 음악은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하게 하였다.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찡하게 울리는 감동이 날 그 자리에 굳게 만들었다.

난 아마 영화를 본 것이 아니라 추억을 보았는지 모르겠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추억 속에 잠겨 그 속에서 내 어릴 적 모습을 보았고 나의 영웅 슈퍼맨을 본 것이다.


영화로서의 슈퍼맨 리턴즈는 괜찮은 영화라고 얘기할 순 없겠다.

하지만 슈퍼맨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30대라면 자신있게 권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올해 당신이 볼 영화 중 가장 잊혀지지 않을 영화라는 사실을...


내 나이가 들어 손이 자글자글해지고 머리가 새하얗게 변한다해도 슈퍼맨이 돌아온다면, 

난 오늘과 같이 흥분해하며 열광하리란 것도..